6.2 지방선거에서 ‘여소 야대((與小 野大)’로 정치적 지형이 바뀐 제6대 부천시의회(의장 김관수)가 순탄치 않은 노정(路程)을 예고하고 있다.

29석 가운데 12석으로 숫적 열세에 놓인 한나라당 소속 시의원들은 10일 오전 10시 열린 예정인 제164회 제1차 정례회 2차 본회의장 등원을 거부한 채 본회의장에서 ‘법과 절차를 무시한 야합 3당은 각성하라’는 플랜카드를 내세우고 17석의 야3당(민주당 14, 민주노동당 2, 국민참여당 1) 소속 시의원들의 제2회 추경예산안 및 조례안 원안 통과에 대해 제동을 걸고 나서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이날 본회의장 등원 거부 보이콧을 강행한 한나라당 시의원들은 ▲부천시 주민참여예산제 운영 조례안과 시민 옴부즈만 운영 조례 전부개정조례안, 정책개발자문위원회 운영 조례안 등이 졸속 입법으로 추진된 조례개정안인 만큼 개정안의 수정 보완을 요구하는 한편, 이번 회기에 상정된 ▲제2회 추경예산안에 포함된 시민 소통 100인 위원회 관련예산(1천175만원), 정책개발자문위원회 관련예산(1천67만원), 사회적기업 육성지원위원회 관련예산(성립 전 예비 사회적기업 사업개발비 1억5천918만원, 사무관리 200만원)에 대해 숫적 우세를 앞세운 야3당이 밀어부친 것이어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나라당 시의원들은 이들 조례안과 예산안에 대한 수정 및 삭감 등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이날 본회의장 등원 거부 등 6대 시의회 의정활동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나라당 시의원들은 ‘의원의 임무를 망각한 3당 야합 규탄’ 성명을 통해 “‘시민이 시장’이라는 집행부의 슬로건과는 무관한 독선적이고 비민주적인 방식으로 급조된 각종 조례를 절차를 무시한 채 3당이 야합해 다수의 횡포로 강행시켰다”며 “타당성이나 보편성이 전혀 없이 조례와 예산을 동시에 상정했고,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대화와 타협을 통해 협의한 예산안마저 해당 상임위원장의 지시로 부결시켰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시의원들의 등원 거부로 인해 이날 열린 예정이던 제2차 본회의는 정회된 뒤 김만수 시장 등 시집행부의 시정질문 답변을 비롯해 제2회 추경예산안 및 조례안 등 주요 안건의 처리가 미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한나라당 시의원들이 본회의장 앞 농성 및 등원 거부라는 초강경 카드를 꺼내든 것은 ‘여소 야대’로 숫적 열세에 놓인 터여서 야3당 주도로 6대 시의회 운영 전반에 대한 주도권을 내줄 경우 자칫 들러리가 될 가능성이 높아 그렇게 순순히 이끌려가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겠다는 메세지를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더구나 이번에 시의회에 처리하게 될 주요 안건들이 야권 단일화를 통해 민선 5기 부천시정을 이끌게 된 민주당 소속 김만수 시장이 선거 공약으로 내세운 주요 정책들을 추진하기 위한 기초 닦기 및 정책 추진 의지가 담겨 있지만,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문제점이 내재돼 있다는 점을 시민들에게 공개적으로 알려 여론의 심판대에 올려 놓자는 포석도 깔려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한나라당 시의원들은 6대 시의회 전반기 원구성 회기인 제162회 임시회(7월1일)에서도 부의장과 상임위원장 2석을 요구하며 본회의장 등원을 거부해 파행을 겪으면서 끝내 상임위원장 2석을 확보하지 못했으나, 숫적 열세에 따른 견제심리가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하게 형성돼 야3당 주도의 시의회 운영에 대해 강력한 제동을 걸겠다는 강경 기류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맞서, 야3당 시의원들도 의회운영, 기획재정, 행정복지, 건설교통 등 4개 상임위 모두 숫적 우위를 확보한데다, 이번 회기에서 2회 추경예산안에 대한 종합심사를 맡은 예결특위에서도 숫적 우위를 확보해 사실상 야3당 공조를 굳건히 한 가운데 출범 초기 민선 5기 김만수 시장 체제의 각종 정책 추진에 힘을 실어주자는 기류가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이같은 한나라당과 야3당의 대척점은 사실상 시의회 주도권을 쥐고 있는 야3당에서 의회 운영에 있어서 대화와 타협 등을 통해 주된 안건 처리를 일방통행식으로 밀어부칠 경우에는 앞으로도 ‘부천시의회 파행’이라는 말은 6대 시의회 단골 메뉴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에서 민선 5기 출범 초기 김만수 시장이 공약한 주요 정책 및 시책사업을 순조롭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숫적 열세에 놓인 한나라당 소속 시의원들과 충분히 협의하고 협조를 구하는 과정을 통해 시집행부와 상충되는 의견에 대한 조율을 할 수 있는 운영의 묘가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4년마다 지방선거로 인해 의석 수가 ‘여소 야대((與小 野大)’ 또는 ‘여대 야소((與大 野小)’로 바뀔 때마다 기초자치단체장이 그 정당에 속해 있느냐에 따라 주요 안건 처리에 있어서 입장을 달리는 하며 홍역을 치뤄야 하는 지방의회의 현실이 언제까지 계속될 지는 여전히 미지수이지만 시민들 입장에서 지방의회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 지에 대해서는 여야 정당을 떠나 깊이 고민해 보아야 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