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서 정책선거를 통해 공약(空約)의 폐단을 막고, 투명한 정치권을 만들기 위한 ‘매니페스토’ 운동이 본격회 되고 있다.

배기선 국회 남북특위위원장(열린우리당·부천 원미을) 등 여야 의원 30여명은 18일 오전 10시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국회 매니페스토 연구회 창립 대회를 가졌다.

정책 중심의 일하는 정치, 실천으로 평가받는 새로운 선거 문화를 기치로 내건 ‘국회 매니페스토 연구회’는 지역, 금권, 관권, 조직 동원 등 구태 정치를 극복하고 유권자 중심의 정치, 정책중심의 정당으로 개선해 나가기 위하여 매니페스토의 법제도적 정착을 목표로 삼고 있다.

‘국회 매니페스토 연구회’에 회원으로 참여한 국회의원은 임채정 국회의장을 비롯하여 열린우리당 김근태 당의장, 강봉균 정책위의장, 김진표, 이용희, 안영근, 임종석, 강창일, 김동철 의원, 한나라당 권오을, 고진화, 정의화, 박순자, 안명옥 의원, 민주당 김효석 원내대표, 국민중심당 류근찬 의원, 민주노동당 천영세 의원 등 여야 30여명이 넘고, 창립대회에 참석한 의원은 20여명에 이른다.

연구회 창립준비위원장을 맡은 배기선 의원은 “매니페스토 운동이 지난 5.31 지방선거를 통해 도입됐지만, 결과는 중앙정치의 이슈에 정책 경쟁이 함몰돼 이른바 ‘실험적 실천’에 지나지 않았다”고 진단하고 “선거에서 구체적이며 검증 가능한 정책을 제시하고, 유권자들에게 정책을 기준으로 한 선택의 기회를 제공해 대한민국의 선거풍토를 개혁하고, 정책중심의 민주주의 정착을 위한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임채정 국회의장은 축사 원고를 통해 “대선과 총선을 1년여 앞둔 현 시점에서 지금까지의 매니페스토 운동에 대해 평가하고, 효과적인 실전방안에 대해 연구하는 연구회의 창립은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김호열 사무총장은 축사를 통해 “지난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 선거를 계기로 선거의 겉모습은 달라졌지만, 그 내용은 과거의 잘못된 관행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 연구회의 창립이 우리나라 선거문화 개혁의 완성을 위한 중심적 역할을 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실천가능한 공약과 정책을 제시하고, 그 실현과정을 과학적으로 평가받아 투명한 결과에 따라 국민 지지를 받는 것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동의하고 꿈꿔왔던 민주적이고 선진적 정치 모델이다”고 의미를 부여하고 “매니페스토적 정치와 선거가 바로 정치의 희망”이라고 강조했다.

열린우리당 강봉균 정책위의장은 “지난 3월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매니페스토’를 어떻게 잘 할 것인가 하는 연구회 및 세미나 등에 많이 다녔지만, 선거가 끝나보니 아무 소용이 없었다”며 과거 유명무실했던 기억을 되살리고, ‘개발된 정책을 국민들에게 나눠줄 통로’의 부재를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강 의장은 “이제 돈 선거는 많이 없어진 것 같지만 돈 선거가 없어진 자리에 정책이 들어서지 않고 대신 감성이 들어섰다”며 “각 당에서는 제도적 보완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시민사회단체들의 계속적인 감시와 동의를 촉구했다.

한나라당 권오을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은 축사에서 “연구회가 탄생한다는 얘기를 듣고 제 자화상을 들여다 보았다”며 “선거를 4번 치르면서 했던 선거 공약을 되짚어보니 50% 정도만 실천했던 것 같다. 부끄러운 자화상이었다”고 솔직한 입장을 밝혔다.

민주노동당 천영세 의원은 “선거 때만 내놓는 매니페스토가 아니라 평소에 실천하는 매니페스토가 되어야 한다”며 “‘국회 매니페스토 연구회’는 정치 제도를 손질해야 하는 것까지 챙기는 알찬 모임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 매니페스토 연구회’ 창립대회에 이어 이현출 국회도서관 입법정보연구관의 ‘지방선거와 매니페스토 종합평가’, 유문종 매니페스토 추진본부 상임집행위원장의 ‘정치개혁의 희망 매니페스토’, 정창교 KSOI 수석전문위원의 ‘매니페스토 연구회의 활동방안과 향후 입법과제’라는 발제가 이어졌다.

이현출 국회도서관 입법정보연구관은 발제문을 통해 “5.31 지방선거는 매니페스토 선거의 새로운 기원을 연 선거로 과거 어느 선거보다 정책선거에 관심이 높았던 선거”라고 평가하고 “향후 대통령 선거와 총선을 앞두고 매니페스토 선거의 큰 흐름은 후퇴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유문종 한국 매니페스토 실천본부 상임집행위원장은 매니페스토에 대한 의미, 그리고 5.31 지방선거에서 진행된 매니페스토 운동의 성과와 문제점을 살피고 매니페스토의 효과들을 언급했고, 정창교 KSOI 수석전문위원은 한국정치의 반 메니페스토적 환경에 대해 지적하고, “잘 만든 공약을 유권자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국회가 제도적 개선을 통해 매니페스토가 정착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