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지역 25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부천시민사회단체협의회‘는 7일 부천시의회에서 심사중인 내년도 부천시 예산안과 관련, ‘시민의 눈’으로 바라본 예산안을 통해 좋은 예산과 시의회에서 점검해야 할 예산, 쓰임새에 있어서 개선돼야 할 예산, 문제가 있는 예산 등으로 분류해 공개했다.

부천시의회(의장 김관수)는 제166회 2차 정례회 기간 중인 지난 2일부터 각 상임위 별로 내년도 부천시 예산안 예비심사에 돌입해 8~9일 삭감예산 확정 등 계수조정을 할 예정이어서 시민사회단체의 의견이 얼마만큼 반영될 지 주목된다.

부천시 내년도 예산안은 오는 10일 2차 본회의를 열고 구성되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오는 13~16일 종합심사를 벌여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좋은 예산안

교육청소년과의 초등학교 무상급식 지원예산 101억8천388만원(운영비 등 제외)이 편성된 것은 “건강한 먹을거리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에 부응한 것”으로 평가했다.

시는 올해 10월부터 초등학교 5,6학년 무상급식을 시행한데 이어, 내년에는 초등학교 전학년을 대상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하기 위한 예산이다.

시민사회단체는 “경기도ㆍ경기도 교육청과의 유기적인 협조 속에서 무상급식 만이 아니라 친환경 급식을 위한 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꼼꼼하게 점검해야 할 예산안

우선, 올해에 해 41.4%가 증액된 연구용역비 30억8천411만원(일반회계, 특별회계 전체)을 꼽았다.

시민사회단체는 “새롭고 창의적인 정책을 가능하면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하도록 수립할 경우 연구용역비의 증액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면서 “하지만 대부분 연구용역이 발주처인 집행부의 요구에 맞춰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고, 이러한 부분에 대한 타당성이 철저하게 검증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연구용역비 가운데 시 주요 진입도로에 부천의 정체성 개념의 이미지 디자인을 통한 랜드마크를 세워 차별화하기 위한 도시디자인과의 경관개선사업 연구용역비 2억3천만원에 대해 “용역과제 심의, 투ㆍ융자심사를 거쳤지만 이미지와 랜드마크를 위해 이 정도의 연구용역이 필요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으로, 공원녹지과의 공원녹지 확충을 위해 올해보다 32억5천233만원이 증액된 81억1천792만원의 예산에 대해 “녹지율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부천의 상황에서 작은 공원과 숲 등 녹지를 확보하는 일은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단위사업의 항목을 살펴보면 태풍피해로 인한 수종갱신, 도로변 수목식재 등 꼭 필요한 사업도 있는 반면, 중동 1108번지 5호 공영주차장 공원조성비(10억600만원), 솔안공원 리모델링 조성비(7억300만원) 등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경우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필요성과 규모에 대한 검증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그 다음으로, 지역경제과의 민간자본보조로 부천상공회의소 정보교육센터 장비(PC) 교체지원 7천만원과 지역경제단체 지원(민간경상보조)으로 부천지역경제발전협의회(부천상공회의소 지원) 예산 6천500만원, 기업지원과의 국내전시회 참가지원(민간이전)이 2억8천만원(올해보다 8천만원 증액), 중소기업진흥공단 대행사업(자치단체 등 자본 이전)으로 해외시장 개척단 운영 예산 2억5천680만원(올해보다 5천680만원 증액) 등에 대해 “엄정하고 실질적인 운영 평가를 통해 지원 여부가 결정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개선돼야 할 예산안

올해보다 0.34% 증액된 업무추진비 16억8천726만원(일반회계, 특별회계 전체)에 대해 “시장의 경우 7천920만원, 부시장 5천610만원, 구청장 2천640만원, 시의회 의장 3천456만원 등으로 액수가 상당하고, 기관운영 업무추진비ㆍ정원 가산 업무추진비ㆍ시책추진 업무추진비ㆍ부서운영 업무추진비로 나눠져 있어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기 힘들다”면서 “업무추진비는 액수의 많고 적음의 문제을 떠나 시민의 혈세라는 공적인 인식을 갖고 목적에 맞고 투명하게 사용돼야 하지만, 부천시의 경우 홈페이지 ‘행정정보공개게시판’에 월별로 시장의 업무추진비만 게시되고 있을 뿐 전반적인 내용을 파악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시민사회단체는 “광주광역시 북구청의 경우, 구청장 업무추진비 뿐만 아니라 각 국장 및 부서 업무추진비까지 매월 업무추진비 전용 게시판에 공개되고 있는 만큼, 이같은 좋은 사례를 즉시 도입해 업무추진비 전반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올해보다 133% 증액된 교육기관 보조금 243억8천761만3천원에 대해 “학교급식 예산이 포함돼 있고, 김만수 시장의 공약에 따라 교육기관에 대한 보조금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점을 전제하고, “문제는 급식시설ㆍ어학실ㆍ교육환경개선ㆍ특별교실 현대화ㆍ원어민 보조교사 지원ㆍ학교교육 정보화사업ㆍ평생학습교실 운영ㆍ학교도서관 지원 등 다양한 사업에 사용되고 있는 보조금 결정이 심의위원회나 외부 전문가의 참여없이 부천시와 부천교육지원청의 담당자에 의해 결정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시민사회단체는 “이로 인해 교육기관 보조금의 우선 순위와 효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교육현장과 학부모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면서 “교육기관에 대한 보조금 결정을 주민참여예산제와 연계시켜 시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함으로 실질적인 학교현장의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문제성 예산안

행정안전부가 예산편성 세부지침을 통해 민간경상보조, 민간행사보조, 사회단체보조 등 민간단체 보조사업에 3년이 지난 후 지원을 중단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성과평가를 통하여 지속 지원여부를 결정해 예산의 효율성을 높이자는 취지로 내년부터 민간단체 보조사업에 일몰제(Sunset Law)를 적용토록 한 것과 관련, 부천시 내년도 예산안에는 이러한 세부지침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지원예산이 증가한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감사원이 2006년 ‘지방자치단체 예산운용실태 특정과제감사’를 통해 사회단체보조의 투명성ㆍ공정성 확보 장치가 미비해 집행부의 임의로 결정되는 민간경상보조와 민간자본보조를 사회단체보조금지원심의위원회의 심의 대상으로 확대해 사회단체 보조금 지원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할 것을 제안한 것도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문제가 있는 예산으로 사회복지과의 △보훈단체 지원예산을 꼽았다.

보훈회관운영 물품구입비 1억5천293만원은 컴퓨터구입 2천700만원, TV 등 3천800만원, 에어컨 2천만원, 안마 의자 등 1천900만원, 냉온정수기 1천500만원, 프린터 등 1천200만원, 접이식 탁자 500만원 등을 구입하는 비용이라는 것.

또 보훈단체의 운영비와 사업비 모두 증액된 점도 문제 삼았다. 보훈단체 운영비 지원은 올해보다 1억1천279만원이 증액된 3억2천77만원이 상정됐는데, 추가비용은 6개단체(상이군경회ㆍ한얼특별지회ㆍ무공수훈자회ㆍ6.25참전유공자회ㆍ고엽제전우회ㆍ특수임무수행자회)에 차량유지에 필요한 기사 인건비, 유류비, 보험료 등을 지원하고 3개단체(6.25참전유공자회ㆍ고엽제전우회ㆍ특수임무수행자회)에 임차사무실 관리비를 지원하는 것이고, 올해보다 4천576만원이 증액된 보훈단체의 사업비 지원 1억4천771만원은 보훈단체의 격전지 순례 등 20개 사업비 지원과 고령 회원의 편의를 위해 차량 3대 구입비를 지원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는 “부천시 보훈대상자들에게는 ‘부천시 보훈대상자 예우 및 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라 내년부터 65세 이상 보훈대상자 5천878명에 대해 분기별 5만원씩 보훈명예수당을 지급하기 위해 내년도 예산에 11억이 새롭게 편성돼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정위기의 긴축예산 속에서 보훈단체에 대해서만 물품구입비, 운영비, 사업비 등으로 시민혈세를 증액해 지원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새마을 국민교육, 국민운동단체 체육대회 예산 지원도 문제가 있는 예산으로 꼽았다.

참여소통과의 민주평통 부천시협의회 지원금이 올해보다 1천만원 증액된 6천만원으로 편성됐고, 민간경상보조가 1억2천387만원(올해보다 2천400만원 감액) 상정됐고, 민간행사보조는 올해보다 2천만원 증액된 5천80만원 상정됐다.

세부내역은 새마을 국민교육비 1천277만원, 새마을국민교육 여비 220만원, 국민운동단체운영비 1억500만원, 새마을회관 주차장 임차료 보조로 190만원, 민간행사보조로 국민운동단체 체육대회 1천만원, 자연보호헌장 선포 제33주년 기념식 2천만원, 새마을문고 독서경진대회 7백만원 등이다.

시민사회단체는 “이러한 보조금은 사회단체보조금과 사업내용이 겹치는 경우가 많은데, 외부전문가가 참여해 사업을 평가하고 결정하는 사회단체보조금과 달리 객관적인 평가도 이루어지지 않고, 행자부의 일몰제 원칙도 전혀 반영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밖에 문제성 예산안

△녹색농정과의 복사골으뜸쌀 학교급식지원 예산 4억2천140만원을 꼽았다.

이 예산은 ‘부천시학교급식지원심의위원회’에서 부결되면서 논란이 된 것으로,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친환경 학교급식과 지역 먹을거리(Local Food) 모두가 중요한 사항으로 부천지역의 친환경농업으로의 전환을 위한 중ㆍ장기 계획과 함께 전환기간에 대한 보조 문제를 적극적이고, 공개적으로 논의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하지만 담당부서에서 이러한 절차와 과정을 모두 생략한 채 해당위원회에서 부결된 사항을 은근슬쩍 상정한 만큼 시의회에서 제대로 짚어지고 공론(公論)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교급식지원 예산 중 해외벤치마킹 예산 5천950만원도 문제 삼았다.

“친환경 무상급식을 위해 학교급식지원센터 설립 등 국내 사례가 없는 새로운 일을 전개해야하는 어려움은 인정되지만, 긴축예산 편성 기조 속에서 1인당 350여만원의 예산을 해외벤치마킹을 위해 사용한다는 것은 과다한 것으로 재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천시민사회단체협의회는 이같은 ‘시민의 눈으로 바라본’ 내년도 부천시 예산안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면서 “지자체의 재정난은 전국적인 문제로 제정자립도가 하락하는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시민생활의 질(Quality of Life)을 높이기 위해서는 예산 낭비의 철저히 방지, 사업의 필요성과 타당성에 대한 검증 강화, 예산 편성ㆍ집행의 전 과정의 투명한 공개, 예산의 우선 순위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천시민사회단체협의회는 민주노총부천시흥김포지구협의회, 부천YMCA, 부천YWCA, 부천가톨릭노동사목, 부천노동문제연구소, 부천노사모, 부천노점상 총연합회, 부천 비정규직센터, 부천새시대여성회, 부천시민광장, 부천시민연합, 부천시민평화통일포럼, 부천여성노동자회, 부천여성의전화, 부천여성회, 부천연대, 부천촛불광장, 부천청년회, 부천평통사, 부천환경교육센터, 아시아인권문화연대, 아이쿱부천생협, 참여예산 부천시민네트워크, 풀뿌리 자치연대, 한국노총 부천지역지부 등 25개가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한편 내년도 부천시 예산은 일반회계와 특별회계를 포함해 총 1조896억6천486만원으로 올해 당초예산 1조1천439억2천723만원에 비해 4.7%(542억6천237만원)가 감소한 긴축예산으로 편성됐으며, 시는 특히 ‘돈은 없어도 빚은 안낸다’는 원칙에 따라 올해 190억원이 발행됐던 지방채를 내년에는 발행하지 않기로 했다.

부천시는 예산 낭비를 방지하고, 주민참여를 강화하는 제도적 틀로 ‘부천시 주민참여예산제 운영 조례’를 제정, 2012년 예산안 편성 때부터 시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