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민축구단 ‘부천FC 1995’가 1일 오후 3시 부천시청 대강당에서 맨땅의 신화창조를 위한 역사적인 창단식을 갖고 공식 출범했다.

내년 K3리그 참가를 목표로 창단한 ‘부천FC’는 지난해 2월초 부천SK가 제주 유나이티드로 연고지를 이전한 뒤 부천지역 축구팬들이 모여 시민구단 창단을 추진하는 작업을 전개해온 끝에 1년8개월여 만에 결실을 맺고 창단식을 갖게 된 것이어서 감격은 더욱 컸다.

2시간여 동안 이어진 창단식장에는 부천지역 축구팬들의 환호와 박수갈채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날 창단식에서 배기선 국회의원(대통합민주신당·부천 원미을)이 만장일치로 부천FC 단장으로 선출됐고, 홍건표 부천시장은 명예단장으로 위촉됐으며, 구단을 이끌어갈 이사 17명도 선출했다.

부천FC 초대 감독으로 선임된 곽창규 감독과 선수단 34명이 무대에 올라 팬들에게 인사를 할 때는 시청 대강당이 떠나갈 듯 우뢰와 같은 환호와 큰 박수갈채를 받았으며, 선수단은 사인을 한 축구공을 기념품으로 나눠 주었다.

이날 ‘부천FC’ 창단식은 신동민 창단준비위 기획위원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배기선 창단준비위원장의 개회 선언과 국민의례, 배기선 위원장의 개회사 및 내빈 소개, 이희천 창단준비위 사무국장의 경과 보고에 이어 김재한 대한축구협회 부회장과 홍건표 부천시장, 오중권 붉은악마 대표, 김대길 KBS 축구해설위원 등의 축사, 임동수 임시의장의 사회로 단장 및 이사 선출, 곽창규 감독 임명 및 인사, 선수단 소개 및 합동인사, 공식 후원사 조인식, 구단 깃발 소개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한편 이날 부천FC 창단식에는 부천지역내 한나라당 소속 정치인들은 모두 불참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부천FC’ 창단식 이모저모

“모범 경영·모범 구단되겠다”

○… 부천FC 창단준비위원장에서 초대 단장으로 선출된 배기선 국회의원은 개회사에서 “부천FC가 한국 축구의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모범 경영과 모범 구단이 되도록 열심히 뛰겠다”면서 창단식에 참석한 김재한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에게 “K3리그에서도 외국 용병선수들이 뛸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배기선 단장은 “홍건표 부천시장이 부천FC 명예단장을 흔쾌히 수락해 준 것에 대해 감사를 드린다”면서 “부천FC가 부천시민과 국민들의 사랑을 받도록 해 부천시의 큰 자산이 되고 한국축구 발전에 기여토록 하겠다”면서 “부천FC 창단을 위해 노력해온 모든 관계자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창단준비위측은 “배기선 단장은 창단준비위원장을 부천FC의 주요 후원사들을 추천하고, 각계인사들에게 지원을 요청하는 등 창단작업에 힘을 보탰다”고 소개했다.

“한국 축구사에 길이 남는 명문구단 돼 달라”

○… 해외 출장으로 참석하지 못한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을 대신해 참석한 김재한 부회장은 축사에서 “부천FC가 창단함에 따라 내년에는 K3리그가 11개 팀이 참가하게 돼 더욱 견실한 리그 운영이 될 수 있게 됐다”며 “부천축구팬들(헤르메스 서포터즈)은 붉은 악마의 모태가 됐고, 한국축구의 응원가인 ‘오 필승 코리아’를 만들어 냈으며, 부천FC 창단에 산파 역할을 했다”며 부천축구팬들의 열정과 한국축구 발전에 기여한 점을 강조하고, “부천FC 구단 운영을 모범적으로 해 한국 축구사에 길이 남는 명문 구단으로 발전하고, 멋진 플레이로 K3리그에 새바람을 불어넣어 달라”고 말했다.

“훗날 市도 지원할 것… 희망을 가져달라”

○… 홍건표 부천시장은 축사를 통해 “(창단식에 참석한 정순기 제주 유나이티드 단장을 가리키며) 부천SK가 사전에 논의조차 없이 제주로 연고지를 이전하는 바람에 욕을 많이 얻어 먹었고 속앓이를 참 많이 했다”며 지난해 2월초 부천SK가 제주로 연고지를 전격 이전한데 따른 고충을 털어놓고 “부천FC 창단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했다.

홍 시장은 “개인적으로도 체육을 무척 좋아하며, 스포츠야말로 문화와 함께 시민들의 결속과 애향심을 갖도록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시민축구단을 키울 것이냐, 체육인프라를 확충할 것이냐는 선택의 문제였고, 체육 인프라 확충에 주력하기로 결정하고 체육 꿈나무 육성에 중점을 두고 2010년 경기도체육대회를 유치해 체육 인프라 구축을 위해 백방으로 뛰고 뛰고 있다” 고 말했다.

홍 시장은 “시민구단 창단을 위해 (부천시가) 몇억이라도 내놓아야 하는데 지원할 여력이 없어 고민을 많이 했으며, (부천에서) 축구가 없어지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면서 “부천시 재정이 충분치 못해 할 일을 못하고 있으며, 내년에도 꼭 필요한 550억원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인 만큼 당분간 시민구단(부천FC)에 재정적 지원을 못하겠지만 재정여건이 되면 시민구단 지원에도 힘쓸 것”이라고 말하고 “여러분, 희망을 가져달라”는 말로 격려와 당부의 말을 대신했다.

“일생에 몇번 안되는 환상적인 날”

○…오중권 붉은악마 의장은 축사를 통해 “오늘은 정말 기쁜 날”이라는 말로 부천FC 창단을 축하했다.

이어 그는 “죽었던 사람이 살아난 것처럼 일생에서 몇 번 안되는 환상적인 날이자 소중한 날”이라며 “척박한 여건에서 시민구단을 창단한 만큼 구단 운영에 있어서도 새로운 본보기를 보여달라”고 격려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하늘에서 내려진 선물… 아직은 완제품 아니지만
100년만에 1부리그 진출 레딩FC처럼 K리그 진출할 것”

○… 김대길 KBS 축구해설위원은 축사에서 “축구에서 ‘위기 뒤에 찬스’라는 말이 있다”면서 “(경남FC 돌풍의 주역 카보레가 올시즌 뛰어난 활약으로 팀의 보배된 것을 언급하며) 부천FC 창단은 ‘하늘이 내려준 선물’”이라며 “하지만 하늘에 내려준 선물이 아직은 완제품이 아닌 만큼, 레딩FC가 유럽 빅리그 1부리그에 100년만에 승격했듯이 부천FC도 국내 최고리그(K리그)에 합류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부천축구팬들과 시민구단 관계자들이 힘을 합친다면 K리그에 진출할 것”이라고 덕담을 아끼지 않았다.

‘부천FC 이사진 17명 선출’

○… 창단준비위원장을 맡았던 배기선 국회의원이 만장일치로 부천FC 단장에 선출된데 이어, 배기선 의원이 홍건표 부천시장을 ‘명예단장’을 추대하자 홍 시장은 “‘명예는’ 처음이지만, 감사합니다”라고 즉석에서 수락했다.

이어, 17명의 이사진이 선출됐으며 이사진에는 부천서포터즈 정해춘 회장을 비롯해 한선재·정영태·변채옥 시의원도 포함됐다.

이날 선출된 부천FC 이사진 명단은 다음과 같다.

배기선 단장(당연직), 이희천 창단위원회 사무국장, 신동민 붉은악마 고문, 오중권 붉은악마 의장, 정해춘 부천서포터즈 대표, 박기택 시민참여팀장, 한선재 시의원, 변채옥 시의원, 정영태 시의원, 이정호 부천생활체육 부천시 축구연합회장, 허정곤 오정구 연합회장, 임동수 부천리그축구 연합회장, 김성복 부천신도시축구연합회장, 이성주 축구심판 대표, 변태섭 여성축구 대표, 고석영 개인택시 축구동호회 대표, 권영회 법인택시 축구동호회 대표 등이다.

“부천FC 많이 사랑해 달라”

○… 부천FC 초대 감독으로 임명된 곽창규 감독은 “부천FC를 많이 사랑해 달라.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짧게 소감을 밝혔다.

곽창규 감독은 프로축구 대우로얄즈에서 코치로 활동했으며 현재 부명정보고 축구부감독을 맡고 있다. K3리그는 감독의 겸임이 허용돼 앞으로 부천FC와 부명정보고 감독을 겸임하게 된다.

코치진에는 수석코치에 부평고, 전주대, 부산대우, 연변프로축구팀에서 활동했던 박영수(36) 씨가 선임됐고, 플레잉코치에는 서울체고, 고려대, 전남 드레곤즈를 거쳐 현재 풋살 국가대표 선수로 활약중인 김태륭(25) 씨가 선임됐다.

34명 선수단에 외국인 용병 2명 눈길

○… 이어 부천FC의 주인공들로 내년 K3리그에서 그라운드를 누빌 34명의 선수단 소개가 있었다.

특히 선수단에는 콩고 출신의 제리 카카(22)와 프랑스 출신으로 세바스티안(22·B.뮌헨 U-17) 등 2명 외국인 선수가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끌었다.

‘스포츠토토·SK에너지·Daum·키카’
공식 후원사 참여, 현물·용품 후원 조인식

○… 이날 창단식에서는 부천FC의 든든한 후원사로 참여한 스포츠토토㈜, SK에너지㈜, ㈜다음커뮤케이션(Daum), 키카(kika) 등과 공식 후원사 조인식을 가졌다.

스포츠토토는 3천만~5천만원을, SK에너지는 매년 2억원씩 3년간 6억원, 다음(Daum)은 향후 1년 동안 1억원에 달하는 광고 등 마케팅 및 현물 지원, 키카는 연간 5천만원어치 용품 등의 후원을 하게 된다.

이날 부천FC의 감격적인 창단식은 구단 깃발(단기) 소개를 끝으로 로 역사적인 첫 출발을 내딛었다.

‘한나라당측 정치인들 싹쓸이 불참’ 배경에 관심

○… 한편 이날 부천FC 창단식에는 부천지역 내 한나라당 소속 정치인들이 모두 불참해 그 배경에 적지않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당초 내빈 축사에 포함된 인사 가운데 한나라당 소속 임해규·차명진 국회의원과 오명근 부천시의회 의장이 참석하지 않았으며, 한나라당 소속 경기도의원과 부천시의원들도 얼굴을 내비치지 않았다.

한나라당 인사로는 유일하게 홍건표 부천시장이 참석해 명예단장직을 수락하고 창단 축하인사와 함께 ‘부천시 재정여건이 호전되면 지원하겠다’는 축사를 한 것이 유일하다.

이처럼 한나랑 정치인들이 참석하지 않은 것과 관련, 부천FC 창단 준비과정에서 대통합민주신당 배기선 국회의원(부천 원미을)이 창단준비위원장을 맡아 진행해온 것이 직접적인 이유가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더구나 17대 대선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마당에 신당 배기선 의원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부천FC 창단식에 한나라당 소속 정치인들이 참석하는 것이 어쩌면 ‘남의 집 소문난 잔치에 들러리를 서 주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이 작용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관측이다.

실제로 이날 창단식에는 유중혁(부의장)·강동구·김영회·김문호 시의원, 이환희 시의원(무소속), 김광회 전 경기도의원 등 신당측 인사들이 대부분 참석했으며, 한선재 시의원(기획재정위원장)과 변채옥 시의원은 구단 이사진으로 선출되는 등 신당쪽 인사들이 깊이 관여돼 있다.

그러나 부천FC가 부천시민축구단으로 역사적인 출범을 갖는 창단식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으로 남는 대목이다.

더군다나 부천 SK가 제주로 연고지 이전을 전격 결정한 이후 부천지역 축구팬들(헤르메스)이 당시 한나라당 소속 경기지사 였던 손학규 전 지사(현 대통합민주신당 공대선대위원장)과 당시 소사구 국회의원으로 있던 김문수 현 경기지사(한나라당)가 부천SK의 제주 이전을 성토하고 향후 시민축구단 창단 등을 적극 논의한 적이 있다.

따라서 이날 창단식에 한나라당 소속 정치인들이 참석해 축하해 주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바람직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