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전사들이 그리스를 완벽하게 제압하고 월드컵 출전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의 청신호를 밝혔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2일 오후 8시30분(한국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포트 엘리자베스 넬슨 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 남아공 월드컵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8년만에 터진 이정수의 선제골과 박지성의 추가골을 앞세워 ‘유로2004’ 챔피언 그리스에 2대0으로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한국은 귀중한 승점 3점을 챙겨 16강 진출을 향한 희망의 축포를 쏘아 올렸고, 허정무 감독은 7회 연속을 포함해 8차례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한국 축구의 한국인 사령탑으로는 처음으로 승리를 거두는 감격을 누렸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47위인 한국은 13위인 그리스와의 경기는 태극전사들의 불꽃같은 투혼과 5천만이 경기를 지켜보며 ‘대~한민국!’을 외치며 승리를 염원하는 뜨거운 응원이 한데 어우러져 태극전사들에게 FIFA 랭킹 순위는 단순한 숫자에 불과했다.

태극전사들은 경기내내 스피드와 체력에서 우위를 보이며 완벽한 승리를 이끌어 냈다. 그리스를 16강 진출를 위해 반드시 승리할 ‘제물’로 선택한 한국은 박주영과 염기훈을 투톱으로 내세운 4-4-2 포맷으로 나섰다.

승리를 예감케 하는 첫 골은 의외로 일찍 터졌고 의외의 선수가 그 주인공이 됐다. 전반 7분 그리스 문전 왼쪽 프리킥 찬스에서 기성용이 절묘한 코르스를 올렸고 장신 수비수 이정수가 페널티 지역 깊숙이 파고 들며 오른발 인사이드 발리 슈팅으로 오른쪽 골망을 시원하게 출렁거리게 했다. 월드컵 본선에 생애 처음 출전한 이정수가 감격의 첫 골을 터트리는 순간이었다.

태극전사의 첫 골이 터지면서 붉은 응원 물결로 출렁인 대한민국 곳곳에서 승리의 환호성이 일제히 터져나오면서 경기내내 ‘대~한민국!’을 외치는 함성은 끊이질 않았다.

한국은 전반 27분에는 박지성의 긴 스루패스를 받은 박주영이 10여m 를 치고 들어가며 그리스 골키퍼 조르바스와 1대1로 맞섰으나 아쉽게 추가골을 넣는데는 실패했다.

후반 들어서도 태극전사의 공격은 계속됐고, ‘캡틴’ 박지성이 후반 8분 상대 미드필드 지역에서 공을 가로챈 뒤 수비수 두 명을 제쳤고 10여m를 드리블한 후 왼발 슈팅을 날렸고, 자블라니(남아공 공식 공인구)는 상대 골키퍼를 스쳐 골망 모서리로 시원스럽게 빨려 들어갔다. 박지성의 추가골은 그리스의 추격 의지에 찬물을 끼얹은 결정타였다.

박지성은 2002년 한ㆍ일 월드컵 조별리그 포르투갈전 결승골과 2006년 독일 월드컵 프랑스전 동점골에 이어 한국 축구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3회 연속골을 넣는 기록도 세웠다.

그리스는 후반 중반 한국 골문을 거세게 밀어부쳤고 후반 35분 결정적인 골찬스를 만들었으나 정성룡의 선방으로 무산된데 이어, 이영표(알 힐랄)-조용형(제주 유나이티드)-이정수(가시마 앤틀러스)-차두리(프라이부르크)의 철벽수비는 문전을 공을 올려 큰 키를 이용해 골을 넣으려는 그리스의 ‘뻥 축구’가 뚫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경기시작 전 그리스전을 가슴조리며 지켜본 한국 축구팬들은 전반 1대0에 이어 후반 2대0으로 앞서면서 “모처럼만에 걱정없이 경기를 즐겼다”면서 “1골 더 넣어 3대0으로 이겼으면 더 좋았을텐데…”라며 추가골에 기대를 걸며 기분좋게 ‘대~한민국!’을 외치며 6월의 두번째 주말 밤을 기본좋게 보냈다.

허정무 감독은 경기 후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럽고 고맙다”고 소감을 밝히며 “앞으로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스전 선발 출장한 태극전사는 골키퍼(GK) 정성룡(성남 일화), 수비(DF) 이영표(알 힐랄)-조용형(제주 유나이티드)-이정수(가시마 앤틀러스)-차두리(프라이부르크), 미드필더(MF)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김정우(광주 상무)-기성용(셀틱)-이청용(볼튼 원더러스), 공격(FW) 박주영(AS모나코)-염기훈(울산 현대) 등이다.

후반전에는 2-0으로 앞선 상황에서 후반 29분 기성용 대신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진공청소기라는 별명을 얻은 김남일 선수를 교체 투입해 수비를 강화했고, 후반 41분에는 박주영 대신 부천 출신으로 대표팀 막내 공격수인 이승렬을 교체 투입해 월드컵 본선무대를 처음으로 밟게 했으며, 후반 45에는 이청용 대신 김재성을 투입했다.

한편 그리스를 완파하고 상큼하게 출발한 한국은 오는 17일 오후8시30분(한국시간)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스타디움에서 남미의 강호 아르헨티나와 2차전을 벌이고, 오는 23일 오전 3시30분(한국시간) 더반 스타디움에서 나이지리아와 16강 티켓을 놓고 최종 3차전을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