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부터 한국 사회운동과 민주화운동, 통일운동에 헌신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15일 별세 소식이 전해졌다. 향년 89세.

1932년생인 고인은 1964년 한일협정 반대운동에 참여했고, 1974년 유신 반대 100만인 서명운동을 주도하다 긴급조치 위반으로 투옥됐고, 1979년 YMCA 위장결혼 사건과 1986년 부천 권인숙양 성고문 폭로 대회를 주도한 혐의로 옥고를 치렀다.

1987년 대선에서는 독자 민중후보로 출마했다가 김영삼ㆍ김대중 후보의 단일화를 호소하며 사퇴했고, 1992년 대선에도 독자 후보로 출마했다. 이후에는 통일문제연구소를 설립해 활동해왔다.

부수수한 머리에 검은 두루마기, 흰 한복 차림이 인상적인 달변가이자 ‘장산곶매 이야기’ 등 소설과 수필집, 시집을 펴낸 문필가이고,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의 가사 원작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로 시작되는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1년 5월 백기완 선생의 미발표 장시 ‘묏비나리’(1980)의 한 부분을 차용해 소설가 황석영이 가사를 짓고, 전남대 출신으로 대학가요제에서 수상한 바 있는 김종률이 곡을 지으면서 탄생해 1980년대 말부터 한국 민주화운동을 대표하는 노래가 됐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정숙 씨와 딸 백원담(성공회대 중어중국학과 교수)ㆍ미담·현담, 아들 백일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2호실에 차려졌다. 발인은 19일 오전 7시이고, 장지는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 민족민주열사묘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