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반부패조사단은 도내 부동산 투기를 조사 중인 가운데 ‘농지 쪼개기’를 통해 1인당 수억에서 수십억 원의 투기 이익을 챙긴 54명 등 농지법 위반자를 무더기 적발했다고 7일 밝혔다.

경기도 반부패조사단이 올해 3월초부터 경기도와 경기주택도시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6개 개발지구(광명 학온, 성남 금토, 용인플랫폼시티, 안양 인덕원, 안양 관양고, 평택 현덕지구)와 3기 신도시가 예정된 7개 개발지구(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고양 창릉, 안산 장상, 광명 시흥, 과천 과천, 부천 대장) 일원에서 2013년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거래된 7천732필지의 농지를 중점 감사를 실시한 결과다.

경기도 반부패조사단은 이들 농지를 대상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 발급대장 확인을 거쳐 심층조사 대상지를 골라냈다. 이후 소유권 확인, 현장 점검, 농지법 검토, 부동산 투기 검토 등을 거쳤으며, 321개 필지 38만7천897㎡(축구 경기장 38배 상당)에서 농지법 위반 사항을 확인했다. 유형별로는 ▲농지 투기 의심 ▲불법 임대 ▲휴경 ▲불법행위 등이 적발됐다.

농지 투기가 의심되는 자는 54명으로, 이들은 농지 156필지 12만1천810㎡(축구경기장 12배)를 345억1천여만원에 산 뒤 0.08㎡∼1,653㎡씩 분할, 2천214명에게 927억원에 되팔아 581억9천여만원의 부동산 투기 이익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반부패조사단은 54명 중 10억원 이상의 투기 이익을 챙긴 18명을 경찰에 고발하고, 나머지 36명은 관할 지자체를 통해 고발 조치하기로 했다.

이번에 적발된 대표적 사례 가운데 농지분할 후 지분 거래 사례는 경기도 ○○시에 거주하는 A씨는 농업경영 목적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받아 △△시 소재 농지 31개 필지 9천973㎡를 2016년 9월 21일부터 2020년 9월 22일까지 33억6천만원에 매수해 소유권이전등기일부터 0.08㎡∼1,653㎡씩 167명에게 쪼개 팔아 89억9천만원에 매도해 56억3천만원의 투기이익을 얻었다.

특히 A씨는 2017년 8월 7일 △△시 소재 농지 1천078㎡를 3억3천만원에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소유권 이전 이틀 전인 9월 27일 215㎡ 4필지, 218㎡ 1필지로 각각 분할한 후 2017년 11월 6일부터 2018년 4월 30일까지 18명에게 10억4천만원에 쪼개 파는 방법으로 7억100만원의 투기 이익을 얻었다.

A씨는 2016년 ○○농업법인의 대표이사였으며 현재는 개인사업자로, 농지를 매수자가 선호하는 면적으로 분할한 후 다시 쪼개 파는 방법으로 단속을 회피하면서 거래 수익을 극대화했다.

타지역 거주자의 최대 지분 거래 사례는 경기도가 아닌 지역에 거주하는 B씨는 주말 체험 영농과 농업 경영 목적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받아 경기도내 △△시 소재 농지 16개 필지 7천884㎡를 2020년 6월 22일부터 2021년 2월 23일까지 34억원에 매수하고 261명에게 86억 3천만원에 쪼개 파는 방법으로 52억 3천만원의 투기이익을 얻었다.

특히 △△시 소재 농지 2천526㎡를 2020년 6월 22일 9억7천만원에 매수하고 2020년 8월 10일부터 2021년 3월 25일까지 약 7개월간 76명에게 26억2천만원에 쪼개 팔아 16억5천만원의 투기이익을 챙겼다.

최대 수익 사례는 경기도 ○○시에 거주하는 C씨는 주말 체험 영농과 농업 경영 목적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받아 △△시 소재 농지 14개 필지 1만3천20㎡를 2016년부터 2019년까지 33억원에 매수해 135명에게 96억6천만원에 쪼개 파는 방법으로 63억6천만원의 투기 이익을 얻었다.

특히 △△시 소재 농지 2천431㎡는 2017년 3월 9일 4억7천만원에 매수하고 4일만인 2017년 3월 13일부터 2021년 3월 9일까지 26명에게 13억8천만원으로 쪼개 팔아 9억1천만원의 투기 이익을 챙겼다.

경기도 반부패조사단은 이들 54명이 농업 경영ㆍ주말 체험 영농 목적으로 농지를 취득한 후 취득 당일부터 평균 1년 이내 되팔아 큰 시세차익을 거두는 방법으로 농지법 제6조와 제8조를 위반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쪼개 판 농지 중 16필지는 장기간 휴경인 것으로 확인돼 농지가 농사보다는 부동산 시세차익을 위한 투기 수단이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지를 불법 임대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 이번 조사 결과 733명이 소유한 183필지 28만3천368㎡에서 불법 임대가 확인됐다.

농사를 짓겠다며 농지를 취득한 후 정당한 사유 없이 바로 다른 사람에게 임대한 경우도 취득 당시부터 영농 의사가 없었기 때문에 ‘농지의 소유 제한 및 부당한 방법으로 농지를 취득’한 농지법 위반 사항이다.

경기도 반부패조사단은 733명의 거주지를 분석한 결과, 소유한 농지와 직선거리 30km 이상 떨어진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이 91%(663명)로 집계돼 이들이 농지 취득 당시부터 영농 의사가 있었는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농지를 매입하고 수년째 농사를 짓지 않거나(휴경) 다른 목적으로 사용한 사례도 19필지 1만238㎡, 279명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〇〇시 〇〇읍 소재 밭(전) 390㎡은 서울에 거주하는 C씨가 2020년 6월 D등 9인에게 매도한 농지인데 오랫동안 농사를 짓지 않아 잡풀이 우거져 있었다. 소유자들도 전남, 광주, 부산, 서울 등 대부분 원거리에 거주하고 있어 계속 방치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농지를 허가없이 불법으로 사용하는 사례도 2필지 1천288㎡(6명) 있었다. E는 〇〇시 〇〇동 소재 논(畓) 1천50㎡을 대지화시켜 비닐하우스 창고를 설치한 후 의류, 재활용품 보관 창고로 사용하고 있었다.

F등 5명은 이들 소유의 〇〇시 〇〇읍 소재 논 238㎡를 포장해 진입로 및 주차장으로 형질 변경해 사용하다 적발됐다.

이밖에 미성년자(3명)나 90대 이상의 고령자(4명)가 농지를 취득한 사례도 있었다.

이들의 학업, 연령, 경제적 능력 등을 고려할 때 실제 영농 의사를 가지고 농지를 취득했는지 보기 어려우며, 차명거래(부동산실명제법 위반)에 의한 부동산 투기도 의심됨에 따라 경기도는 관할 지자체에서 농지법 등 위반 여부를 조사하도록 통보할 예정이다.

경기도 반부패조사단은 이번 감사로 불법 임대, 휴경, 불법행위 등 농지법 위반 행위가 확인된 농지를 관할 지자체에 통보, 형사고발이나 수사의뢰, 농지 처분 또는 원상복구 명령 등 행정처분할 계획이다.

경기도 반부패조사단은 이번 감사는 투기성 거래 가능성이 높은 농지를 선정해 표본 조사한 것으로, 감사 범위를 확대하면 그 위반 규모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해서는 시ㆍ군의 적극적인 농지 실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경기도 반부패조사단은 지난달 21일 허위로 농지 60만여㎡를 산 뒤 이를 분할해 4천2명에게 되팔아 1천397억원의 불법 차익을 챙긴 농업법인 26곳을 적발했으며, 이 중 25곳을 경찰에 고발 조치했다.

한편, 경기도 반부패조사단은 지난 3월부터 진행한 부동산 투기 감사 과정에서 특별한 사유 없이 직계존비속, 배우자의 가족 등 친인척의 개인정보 활용 동의를 거부한 16명의 공직자 명단을 경찰에 통보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