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통상임금의 범위를 놓고 벌어진 재계와 노동계의 법정 다툼에서 정기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며 사실상 노동계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양승태 대법원장)는 18일 오후 김모씨 등 296여명이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갑을오토텍을 상대로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통상임금에 포함해 달라”며 낸 퇴직금·임금 청구소송(통상임금) 상고심에서 “정기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며 원소 승소 또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 등으로 돌려보냈다.

통상임금이란 근로자에게 근로의 대가로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월급, 주급, 일급, 시간급 등을 말하며, 기본급 외에 직무수당과 직책수당, 기술수당, 면허수당, 위험수당, 벽지수당, 물가수당 등 사업주가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임금을 일컫는다.

대법원은 “상여금은 근속기간에 따라 지급액이 달라지지만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근로자 측의 요구를 사실상 수용한 셈이다.

대법원은 통상임금의 기준으로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 등 3가지를 명시했다. 즉, 지급주기에 관계없이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일반 상여금과 연차가 높아지거나 면허가 있으면 누구에게나 지급되는 근속수당이나 면허수당, 실적에 관계없이 전 직원에게 매년 최소 지급되는 연말 성과급은 명칭에 관계없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근로 여부와 관계없이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키로 정해진 임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김장보너스 등 복리후생비의 경우 지급일에 재직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지만, 퇴직하더라도 근무일수에 비례해 임금을 지급한 경우는 통상임금으로 봐야한다고 밝혔다.

가족수당은 지급 조건이 근로와 무관하므로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봤다. 다만 모든 근로자에게 기본금액을 가족수당 명목으로 해당 금액은 통상임금으로 봤다. 모든 근로자에게 일률적으로 지급되므로 일률성이 있기 때문이다.

근속수당은 통상임금으로 분류했다. 근로와 관련된 일정 조건을 충족한 모든 근로자에게 지급되므로 일률성을 인정한 것이다.

일정한 근무일수를 채워야만 지급되는 임금은 통상임금이 아니다. 근로 제공 외 일정 근무일수를 채워야 한다는 추가 조건이 필요하므로 산정 기준이 일률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설·추석 상여금, 하계 휴가비 등은 근로와 무관하게 특정시점에 재직중이라는 사유로 받는 것이라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

대법원은 이날 통상임금에 대한 범위를 설정하면서 노사간의 신의를 강조했다.

대법원은 법률상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임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시킨 노사합의는 원칙적으로 무효라고 전제하면서도, 판결 이전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노사합의가 있었을 경우 추가임금 청구는 불가능하다고 판결했다.

이는 근로자가 노사 합의의 무효를 주장하며 추가임금을 청구하게 되면 기업이 예측하지 못한 부담을 떠안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또 추가임금 청구가 기업에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 자체가 위태롭게 된다는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근로자의 추가임금 청구는 신의칙에 반해 허용되지 않는다고 봤다.

한편, 갑을오토텍 근로자들은 2010년 7월 소송을 제기하면서 설·추석 상여금, 하계 휴가비, 김장보너스, 개인연금 지원금, 단체보험료, 선물비, 생일자 지원금, 회의 식대, 부서단합 대회비 등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