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65) 전 대통령이 23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리는 재판을 받기 위해 471호 대법정에 출석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3월31일 구속된 이후 53일 만에 모습을 보였다.

전날 법원에서 취재진에 재판 시작 전에 법정 촬영을 허용함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이 호송차량에 내려서 수갑을 찬 채 지하 1층을 통해 법정 대기실에서 향하는 모습과 법정에 들어서 앉아 있는 모습이 공개됐다.

전직 대통령이 법정에 나와 재판을 받은 것은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6년 3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비자금 조성과 12·12 쿠데타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은 이후 헌정 사상 세 번째이며,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재판을 받았던 곳이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10분쯤 서울 법원종합청사에 도착해 지하 1층 구치감에서 대기하다 오전 10시 정각에 법정에 출석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짙은 감정색 사복 차림에 수형번호 503번이 새겨진 배지를 달고 구치소에서 구입한 플라스틱 집게핀으로 머리를 고정시켜 트레이드 마크인 ‘올림머리’를 하고 고개를 단 한번도 숙이지 않고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은 채 담담한 표정으로 법정에 들어섰다.

박 전 대통령은 피고인석으로 향하면서 변호인들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자 목례를 하고 피고인석에 앉은 뒤 조금은 피곤해 보이고 굳은 표정으로 검찰 측 자리가 있는 정면을 바라보았다.

이어, 박 전 대통령과 40년 지기이자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으로 꼽히는 최순실(61) 씨와 법정에 들어서 곧장 피고석으로 향해 앉았다.

박 전 대통령과 최 씨가 법정에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지난해 9월 최씨가 독일로 출국한 이후 8개월 만으로 두사람의 시선은 마주치지 않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피고석에 먼저 앉아 있었던 관계로 최 씨가 법정에 들어서서 피고석으로 향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볼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피고인 및 변호인석에는 유영하 변호사, 박근혜 전 대통령, 이경재 변호사, 최순실 씨 순으로 앉았고, 이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피고인석에 앉았다.

이어,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신원을 확인하는 인정 신문에 이어 공소사실에 대한 검찰과 변호인 측 의견을 듣는 모두 진술 절차를 진행했다.

인정 심문에서는 이름에 이어 직업을 묻자 박 전 대통령은 ‘무직입니다’라고 대답했고, 주소를 묻는 질문에는 새로 이사를 간 내곡동 주소 대신 이전에 살던 삼성동 주소로 대답했으며, 생년월일을 묻는 질문에는 ‘1952년 2월 2일’이라고 대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인정 심문을 마친 뒤 검찰과 변호인 측 의견을 듣는 모두 진술 절차를 진행해 검찰과 변호인 측 모두 혐의 내용과 이에 대한 반론을 상세하게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혐의사실이 18가지로 방대한 데다 1심의 구속 기한이 최대 6개월로 한정된 만큼 향후 신속히 심리를 진행하기 위헤 일주일에 3~4번씩 기일을 열어 뇌물 사건과 직권남용 사건 등을 심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